• ‘희비쌍곡선(喜悲雙曲線) ’

  • 박남석 | 2021.04.16 16:02 | 조회 245


    희비쌍곡선(喜悲雙曲線) ’

    박 남 석 (토론토)


    4·7 ()보궐선거에서 여야가 상대방 진영에 대한 네거티브 운동에 화력을 집중한 나머지 짐짓 정책경쟁은 실종된 채 주장만 난무(亂舞)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였다는 뒷소문이다그렇다손 선거는 민심을 등에 업고 이기는 게 상식이라고 하지만참패의 늪에 빠진 집권 여당은 어찌 이럴 수가’ 망연자실(茫然自失)하고, 2자릿수 압승을 거둔 야당에선 와와이 얼마 만인가하는 뉴스 타이틀이 대문짝만하다.


    민심은 무서웠다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水可載舟 亦可覆舟)가 다시 한 번 각인된 셈이다. 4년 전 탄핵으로 보수여당을 침몰시키고 문재인 정권을 띄워준 민심이, 1년 전 만해도 민주당에 180석의 압승을 안겨줬던 민심이이번에는 뒤집혔다.” NYT는 한국 유권자가 문 대통령 측근들의 행태에 대해 느끼는 반감을 설명하며 내로남불(Naeronambul)’이란 단어를 소개했다. ‘double standard(이중 잣대)’로 번역하지 않고, “내가 하면 로맨스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If they do it, it’s a romance; if others do it, they call it an extramarital affair)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선거 하나 진 게 아니라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진보(進步)여당의 P의원은 정치는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그 부분에서 무능하다는 질책에 분노도 있었지만 정치적인 위선과 오만내로남불 문제들에 상징적인 사건들이 많이 생기면서 여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있었다고 덧붙인다. “남을 탓하면서도 짐짓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걸 모르는 것처럼 비춰졌을 때” 부끄러웠다고 말한다.


    서당 () 3년이면 음풍농월(吟風弄月읊는다고 하더이다우리들 역시 아니겠는가마는 승리에 취()하기보단 누구나 마음속깊이 새겨 잊지 않아야 할 일이 있다정부와 여당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반사(反射)이익으로 얻은 무혈입성(無血入城)이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자고로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따른 불평·불만은 내부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역사에서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그래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는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COVID-19백신 접종 순위는 100위권 이라고 한다방역과 퍼주기 논란을 부른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서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셈이다외채(外債)가 엄청난 규모로 수직상승한 가운데 지난해 국가 부채가 1,985조원으로 불어나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1,924조원보다 커졌다고 한다세계 최저 출산율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재정 건전성 악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증(漸增)하고 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에 기대어 간신히 버티며 일상회복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주변엔 여전히 많다팬데믹 이후로 양극화의 간극(間隙)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외출자제령에도 불구하고 확진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 자유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시기는 과연 언제쯤일까역설적이긴 하지만 작황(作況)이 좋아 너나없이 풍년이 들어도 힘들긴 마찬가지다고 한다트랙터로 경작지를 송두리째 갈아엎은 농부의 푸념어린 설명이 고통을 감내(堪耐)해도 좋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하늘노릇하기 어렵다는 4월이다. ‘소문에 사고뉴스에 팔아치우라는 증권시장 격언이 개 풀 뜯어먹는 소리로 들릴지언정 주식투자자들이 맨 나중에 지껄이는 말이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었으면하는 뭇사람들이 감당해내야 할 삶의 무게가 힘들지만 극복해낼 수 있으면 오죽이겠다.


    金入垂楊玉謝梅 小池新水碧於苔 春愁春興誰深淺 燕子不來花未開

    - ‘수양버들 금()이 들고 매화엔 옥(시드니작은 못의 새 물이 이끼보다 푸르구나.

    봄 근심과 봄의 흥이 누가 깊고 얕은가제비는 오지 않고 꽃은 피지 않았네.‘ -

    서거정(徐居正·1420~1488) /춘일(春日)]


    2021 416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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