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멕시코, ‘이건 아니잖아~’

  • 박남석 | 2018.06.28 11:55 | 조회 876

    한국-멕시코, ‘이건 아니잖아~

    박 남 석 (토론토)


    월드컵은 실력자들이 둥근 공을 다툼질하는 무대다오늘 태극전사와 멕시코전은 조별리그 탈락 또는 16강행 불씨 살리는 갈림길이나 다름이 아니었다남달리 잘해야 하고다양하고 뛰어난 실력을 유감없이 펼쳐야했지만객관적 전력의 열세를 딛고 승리의 감동을 재현할지 주목된다기대치를 낮춰봐서 그랬을까만 당연한 결과에 그러려니 하면서도 아쉬움을 떨쳐내기 여간 쉽잖다투혼만 있었지 악재(惡材)를 극복해내지 못한 경기운용이었으니 결실을 맺을 수가 없었다붙박이변명은 구차스럽게 들렸지만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


    공은 둥글다고 했지만 욕심 같아선 당연히 이겨야하고 준비하는 만큼 최고로 대비했어야 할 일이다새로운 전술을 실전에서 점검하지 못해 우왕좌왕한 선수들이 내려앉아서 버틴 수비상황을 제외하면 투혼을 발휘하느라 실수도 잦았지만 출전선수들이 성실치 않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안타까운 것은 한국이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이번 대회까지 32년 동안 9회 연속 본선에 진출경험을 쌓아온 팀이란 점이다아니 그럴 수밖에 없이 지탱해온 팀이었는지 모른다.


    멕시코전을 통해 비난을 감동으로 바꾸고 싶다던 우리 대표선수들의 바람도 무색해졌다조별리그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패배하며 16강 진출에 일찌감치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통쾌한 반전(反轉)’은 찾아볼 수 없었다상대의 전력을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결국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장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자승자박(自繩自縛)한 꼴이다상대팀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감독의 머릿속에 출중한 전략·전술이 있다고 해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이를 구현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되레 독()이 될 수도 있었다.


    이제부터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반드시 보여줘야 할 것은 더 이상 1승이니 16강이니 하며 경우의 수()’나 뜬구름 잡는 막연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월드컵에 나올 만한 자격이 있는 팀인지 최소한의 증명일 것이다우리나라 속담에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가 계란을 닮아 둥근 것도 흉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그만큼 이미지 관리도 중요함을 에둘러서 일러주는 말로 이해를 하고 싶다.


    멕시코가 첫 경기에서 최상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켜 우리의 시나리오가 복잡해졌다는 이야기를 이근호 해설위원에게 건네자 그의 대답이 경종을 울렸다는데 사실 우리는 그런 것 계산하는 수준의 나라가 아니다고 말했다. “멕시코가 1차전에서 이겼으니까 2차전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고우리가 1차전에서 스웨덴에 석패했으니까 2차전에서 어떻게 해야 하고 사실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그런 위치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그냥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한국축구가 언제부터 16강을 당연하게 여겨왔는가라는 말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한다선수들도 팬들도받아들일 부분이 분명 있는 이야기였다.


    선수들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그러나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하는데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니 맹목적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한국이 이겨야 마땅한데너희들 왜 졌냐는 타박이나 듣고 있을 테니 딱하기도 하다그런 측면에서 층층시하(層層侍下)에 줄방귀 참는 새색시처럼 입술 깨물어가며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는지도 모른다.


    국가가 국민을 끝까지 찾고 지킬 때 비로소 애국심이 우러나는 줄 안다심술쟁이 놀부의 주특기는 어린아이 팔을 비틀어 울리기였다지만이백(李白)은 월하독작(月下獨酌)’에서 자주 마시면 대도에 통하고거하게 마시면 자연과 부합되네(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라고 읊었다우리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고 하지만 이기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을 테다후회 없이 싸운 이들에게 비판할 사람은 없다월드컵에서 무조건 승리만을 주문하고 오불관언(吾不關焉)의 태도를 보여준 저를 포함한 우리들은 부끄러워 할 줄도 알아야 하겠다월드컵은 4년 마다 반복해서 개최되고 내일도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2018년 628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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