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애치환(先愛治患)

  • 박남석 | 2024.03.21 13:39 | 조회 107



    선애치환(先愛治患)

    박 남 석 (토론토)


    대통령실은 증원(增員못 미뤄설득할 문제라는데… 의대 교수들마저 결국 가운 벗는다정부의 의대 증원 2000에 반발해 전국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辭職書제출을 결정했다대통령실은 물론이고 국무총리관계부처까지 수차례에 걸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설득당부경고 등 여러 메세지를 쏟아낸 시도에도 의대 교수들이 끝내 가운을 벗기로 하면서 국민 생명권을 놓고 양측 간 대치가 지속될 전망이다.


    의료계는 환자들을 버리는 게 아니다라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민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의대 증원 규모 조정을 제의(提議)하고 있지만대통령실은 조정 가능성을 일축(一蹴)하고 있다앞으로 발생하게 될 의사 부족을 고려하면 2000명이라는 수치는 오히려 부족하다는 판단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개혁은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며 응급환자 및 중증(重症)환자에 대해 빈틈없는 비상 대응을 하라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주문하며 의료법을 위반해 진료현장을 이탈하는 집단행동은 교수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대통령실 발표다.


    의대(醫大)교수들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정부가 먼저’ 2천명 의대 증원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집단행동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집단사직을 결의한 배경에는 처벌을 앞둔 제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전공의가 사라진 의료현장의 힘든 상황도 있지만, ‘의대 증원’ 자체에 대한 교수들의 강한 반대가 결정적 요인으로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는 뉴스타이틀이 큼지막하다.


    여러분의 협조 덕분에 중증(重症응급환자 중심으로 비상진료 체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그러나 집단행동 장기화에 따라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들의 피로도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정부는 의료현장을 면밀히 살펴 의료진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환자진료에 매진(邁進)할 수 있도록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여 지원하겠습니다.”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애끓는 호소가 공허(空虛)한 메아리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오죽이겠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공의(專攻醫집단 사직으로 진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까지 우려되는 가운데 교수들의 집단 사직(辭職예고(豫告)는 병원을 그만두겠다는 의지보단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선언적(選言的의미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하지만전공의 이탈로 과중한 업무를 떠맡은 교수들이 버텨내지 못하고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의료선진화로 유일하게 세계가 부러워마지않던 시스템과 신뢰가 무너져가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객관적(客觀的)이고 균형적으로 지켜볼 수 있어야 마땅할 우리들 스스로가 성찰(省察)할 기회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 현재를 발전시켜야만 미래를 열어갈 수 있겠지만요즈음의 상황은 저마다의 바람과는 너무 다르게 무분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기댈만한 곳을 잃은 환우(患憂)와 염려(念慮)가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다일반시민들의 불안과 의료 공백이 심각해지고 진료체계는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을 그저 바라보며 처분을 기다리기만 할 일은 아닌 줄로 안다.


    나이가 들면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몹쓸 질병과 뜻하지 않는 사건과 부상(負傷)이 두렵게 마련이지만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두려움은 남녀노소(男女老少)를 가리지 않는다허준(許浚선생은 동의보감에서 마음이 어지러우니 병이 생겨나고마음이 안정되니 절로 낫게 되니 최고의 의생(醫生)은 결국 마음이다(心亂卽病生이요 心定卽自癒이니 心醫로다)”고 했다쓸모없는 억측(臆測)은 자제(自制)하고 너나없이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공의(專攻醫집단 사직으로 진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까지 우려되는 가운데 사직(辭職)의 뜻을 밝힌 교수들이 곧바로 병원을 떠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사직서를 내도 병원장이 수리(受理)하지 않으면효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집단 사직 예고(豫告)에는 병원을 그만두겠다는 의지보단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선언적(選言的의미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하지만전공의 이탈로 과중한 업무를 떠맡은 교수들이 버텨내지 못하고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따른다. ‘의료선진화로 유일하게 세계가 부러워마지않던 그 시스템과 신뢰가 무너져가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하긴, 세상인심이 뒤숭숭해서일까마는 참봉(參奉)노릇도 벼슬이냐며 본인이 싫다하면 어이하는 수 없다던 옛말도 귓전이 따갑도록 얻어듣던 우리들이다대형 병원 복도 벽에 걸린 크나큰 액자에 쓰인 선애치환(先愛治患)’의 말뜻이 먼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다.’는 사려(思慮)깊은 뜻으로 이해한다뉴스사진으로 게재(揭載)한 언론사의 의중(意中)이 짐짓 무언지 꿰뚫고 탐독(耽讀)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은 줄 안다전공의(專攻醫)와 의료진(醫療陣)들의 고충과 애로국민을 위한 수고를 전혀 모르는바 아니다. ‘선애치환(先愛治患)’의 문구처럼 국민을 진정으로어려운 환경에서도국민을 먼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떠나가 배운 노래를

    집 찾아오는 밤

    논둑길에서 불렀노라. /

    나가서도 고달프고

    돌아와서도 고달팠노라.

    열네 살부터 나가서 고달팠노라. /

    나가서 얻어 온 이야기를

    닭이 울도록

    아버지께 이르노니 /

    기름불도 깜박이며 듣고,

    어머니는 눈물로 고이신 대로 듣고

    니치대든 어린 누이 안긴 대로 잠들며 듣고,

    윗방 문설주에는 그 사람이 서서 듣고, /

    큰 독안에 실린 슬픈 물같이

    속살대는 이 시골 밤은

    찾아온 동네사람들처럼 돌아서서 듣고 /

    그러나 이것은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어떤 시원찮은 사람들이

    끝맺지 못하고 그대로 간 이야기어니 /

    이 집 문고리나지붕이나,

    늙으신 아버지의 착하디착한 수염이나,

    활처럼 휘어다 붙인 밤하늘이나, /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전하는 이야기 구절일러라.”

    [정지용(鄭芝溶)/ <옛이야기 구절(句節)> 신민(新民)#21호 1927·1]


    2024년 3월 21일 K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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